
이 글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히어로, 성장, 해석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영화 리뷰다. 이미 여러 번 리부트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에서 홈커밍은 거창한 기원 이야기 대신, “어벤져스를 동경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일상과 시행착오에 집중한다. 아이언맨이 만들어준 최첨단 슈트보다, 학교 수업·학원 대회·학원무도회와 같은 생활 반경 속에서 스스로 ‘히어로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 리뷰에서는 고등학생 히어로로서의 피터의 위치, 슈트가 사라진 후 시작되는 성장서사, 그리고 MCU 속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고등학생 히어로의 생활범위와 한계
홈커밍의 피터 파커는 다른 스파이더맨 영화들처럼 거대한 비극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삼촌 벤의 죽음도, 거미에 물리는 장면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처음 마주하는 피터는, 시빌 워의 공항 전투에 참가한 일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감격하는 ‘팬심 가득한 고등학생’이다. 이 설정 자체가 홈커밍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는 “능력을 얻은 소년이 세상을 구한다”보다,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이 어른들의 세계를 기웃거리다 크게 한 번 혼나는 이야기”에 가깝다. 피터의 생활범위는 철저히 퀸즈라는 동네에 묶여 있다. 학교 수업, 학력 경시대회, 친구 네드와의 레고 만들기, 짝사랑 리즈에게 말 한 번 제대로 걸어보려는 고민들까지 모든 것이 ‘10대의 현실’에 기반한다. 그런데 동시에 그는 밤이 되면 동네에서 자전거 도둑을 잡고, ATM 털이범을 막고, 할머니 길을 안내하는 스파이더맨이 된다. 이 두 세계가 홈커밍의 가장 큰 재미다.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사건에도 전력 질주를 하고, 어느 골목 불량배에게도 히어로처럼 등장하지만, 정작 경찰이 나타나면 어색하게 인사하고 사라지는 모습은 “진짜 아직 미성숙한 히어로”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 고등학생 히어로 설정이 빛나는 장면은 페리 사고와 워싱턴 기념탑 구출 신이다. 페리 사고에서 피터는 어벤져스급 영웅이 된 것처럼 행동하려다, 자신이 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 배가 반으로 갈라지고,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는 거미줄로 배를 겨우 이어 붙인다. 그러나 결국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토니가 아이언맨 슈트로 등장해 사태를 수습한다. 피터는 자기가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믿지만, 토니는 “네가 아니라 내가 이걸 막은 거야, 네가 없었으면 애초에 이렇게까지는 안 됐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피터는 아직 ‘동네 히어로’ 수준의 경험과 역량만 가진 상태라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워싱턴 기념탑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수학 경시대회에 출전한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피터는 학교 행사와 히어로 임무 사이를 오가며 허둥댄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친구들을 구하러 기념탑을 기어오르는 시퀀스는, 전형적인 히어로 액션처럼 보이면서도 디테일은 끝까지 “고등학생”을 강조한다. 그는 경찰의 지시를 잘 따라주지 못하고, 타이밍을 번번이 놓치며, 가끔은 자신도 거의 죽을 뻔한다. 그러나 바로 그 어설픔이 홈커밍이 보여주려는 현실적인 성장의 시작점이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혼나고 다시 시도하면서 조금씩 ‘책임의 무게’를 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피터가 히어로 활동 때문에 일상에서 계속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학교에서의 신뢰, 리즈와의 약속, 학력 경시대회 우승 기회, 심지어 샌드위치 먹으면서 쉬는 시간까지 모두 스파이더맨 때문에 희생된다.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가 “세계 구했다=삶도 어느 정도 보상받는다”는 구조로 흘러간다면, 홈커밍은 “동네에서 약간 활약했을 뿐인데, 그 대가로 일상은 자꾸 망가진다”는 현실적인 손익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등학생 히어로라는 설정은 단순한 개그용 콘셉트가 아니라, “능력과 책임”이라는 스파이더맨의 전통적인 테마를 일상 레벨에서 다시 써 내려가는 장치로 기능한다. 결국 홈커밍의 피터는 아직 ‘완성된 스파이더맨’이 아니다. 그는 어벤져스의 화려한 전투를 동경하는, 어쩌면 MCU 팬들과 가장 비슷한 위치의 인물이다. 자신이 본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발버둥 치지만, 현실은 퀸즈 골목, 학교 복도, 친구의 방이다. 이 좁은 생활범위와 어른들의 세계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홈커밍이 보여주는 고등학생 히어로의 매력이자 한계다. 이 한계를 인정하는 순간부터, 피터의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성장 서사
홈커밍의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아이언맨이 피터의 슈트를 회수해 가는 시퀀스다. 많은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의 성장 계기는 “더 강한 힘을 얻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홈커밍은 정반대로 “힘을 빼앗기는 것”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만든다. 토니는 피터에게 “슈트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면, 너는 그걸 가질 자격도 없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잔혹하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성장서사의 핵심 대사다. 피터는 그동안 최첨단 기능이 가득한 슈트를 믿고 뛰어다녔지, 자신이 정말 어떤 히어로가 되고 싶은지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슈트를 잃은 이후 피터는 다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려 한다. 학교에 성실히 나가고, 학력 경시대회에도 집중하며, 리즈와 춤을 추기 위해 학원무도회 준비를 한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처의 계획을 눈치챈 순간 그는 갈림길에 선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이 파티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위험을 막으러 갈 것인가?” 이 선택이 바로 성장서사의 분기점이다. 이때 피터 손에는 더 이상 토니의 슈트가 없다. 남은 건 허름한 자작 슈트와 기본적인 거미 능력뿐이다. 무도회를 뛰쳐나와 벌처를 추적하는 과정은, 피터가 처음으로 아무런 보상이나 인정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기준으로 행동하는 순간이다. 아이언맨이 지켜보지도 않고, 어벤져스 합류 약속도 걸려 있지 않으며, 오히려 경찰과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무모한 애’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 일은 더 커질 거야”라는 직감을 믿고 움직인다. 여기서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의 오래된 키워드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직접 말하지 않으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준다. 피터는 아직 ‘큰 힘’을 가진 영웅은 아니지만, 자신의 작은 힘에 맞는 책임을 선택한다. 폐창고에 갇혀 있는 장면은 이 성장의 상징적인 순간이다. 피터는 토니의 슈트에서 들려오는 인공지능 목소리에 의존하며, 자기가 진짜 히어로라고 믿으려 했다. 하지만 창고 안 거울에 비친 것은, 어쩔 줄 몰라하는 평범한 소년의 얼굴이다. 그가 무너져 내리며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장면 뒤, 철 구조물 잔해에 깔려 거의 절망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피터는 직접 자신에게 말한다. “일어나, 스파이더맨.”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말을 해 주는 사람이 토니나 다른 어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이 짧은 독백 하나로, 홈커밍은 “자기 확신”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준다. 슈트 없이 벌처와 맞서는 클라이맥스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피터는 거미줄 몇 가닥과 기지, 그리고 순간순간의 판단력만으로 비행기를 향해 날아오른다. 화려한 기술이나 무기 대신, 몸 하나로 달라붙고 버티고 또 버틴다. 싸움 자체만 보면 다른 MCU 영화들에 비해 규모도 작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서사적 의미는 크다. 이제 피터는 “토니 스타크가 인정해 주길 바라는 소년”이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일을 자기 방식으로 해내는 히어로”가 된다. 전투가 끝난 뒤, 그는 벌처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 주고, 증거가 담긴 짐을 경찰이 확보할 수 있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승부의 승패보다, 사람을 살리고 진실을 남기는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다운 가치관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후 토니가 다시 나타나 어벤져스 정식 입단과 신형 슈트를 제안하지만, 피터는 이를 한 번 거절한다. “지금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그의 대답은, 토니의 인정이 더 이상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장 속도와 책임의 범위를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이 장면에서 홈커밍의 성장서사는 마무리된다. 슈트를 얻고 공항에서 활약했던 아이가, 슈트를 잃고도 히어로로 행동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변하는 과정, 그게 바로 홈커밍이 보여주는 스파이더맨의 진짜 ‘오리진’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해석
홈커밍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학교 홈커밍 파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어벤져스라는 거대한 세계관 안으로 스파이더맨이 들어오는, 일종의 MCU 식 ‘귀환’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미 토비 맥과이어·앤드류 가필드 버전의 스파이더맨이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였다. 홈커밍은 그 해답을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원래의 콘셉트에 충실하면서, MCU의 톤에 맞게 학원물·청춘 코미디를 섞는 방식으로 찾아낸다. 이 영화의 스파이더맨은 뉴욕을 구하는 영웅이기 전에, 일단 퀸즈의 골목골목을 책임지는 이웃이다. ATM 털이범을 막다가 동네 상점이 같이 날아가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나무에서 자전거를 내려 주거나 할머니 길을 안내하는 자잘한 선행을 하기도 한다. 영웅적인 행동과 소소한 선행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홈커밍은 “히어로가 된다는 것”을 거대한 악과 싸우는 일로만 규정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넓혀 버린다. 이런 해석 덕분에, 스파이더맨은 MCU 안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우주 전쟁과 타노스급 위협에만 집중하던 세계관 속에서, 다시 ‘동네’와 ‘10대의 고민’을 불러오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벌처(툼스)라는 빌런 역시 이 해석을 강화한다. 그는 외계 침공 이후 쓰레기청소 일을 하던 노동자이고, 생계를 지키기 위해 불법 무기 사업에 손을 댄 인물이다. 토니 스타크가 상층부에서 전쟁의 수습을 논의할 때, 툼스는 하층에서 잔해를 청소하며 위험 속에서 돈을 번다. 그의 범죄는 명백히 잘못이지만, 그 분노와 허탈함에는 현실적인 공감대가 있다. 피터가 상대해야 하는 악은 세계정복을 꿈꾸는 광인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밀려난 가장자리 사람이 만든 그늘이다. 이 구조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싸우는 대상이 얼마나 일상에 가까운지를 보여준다. MCU 전체의 흐름 속에서 홈커밍을 보면, 이 영화는 토니 스타크 세대와 다음 세대 히어로들 사이의 다리 역할도 수행한다. 토니는 피터에게 멘토처럼 등장하지만, 동시에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바쁜 와중에 드론 슈트로만 피터를 감시하고, 직접 대화하기보다는 메시지와 경고로만 통제하려 한다. 홈커밍의 후반부에서야 그는 피터 앞에 직접 나타나 사과하고, 피터의 선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MCU가 다음 세대 히어로에게 어떻게 책임을 넘겨줄지에 대한 메타적인 코멘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석의 관점에서 보면, 홈커밍의 매력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을 MCU 식으로 재번역했다”는 점에 있다. 벤 삼촌의 명대사를 직접 말하지 않아도, 영화는 책임과 선택, 실수와 성장이라는 테마를 정확히 유지한다. 대신 그 과정을 10대의 언어와 톤으로 옮기고, 스마트폰·유튜브·학교 카메라 동아리 같은 현재의 일상 요소를 적극 활용한다. 그 결과, 홈커밍은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들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으면서, 새로운 세대에겐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히어로물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부 관객에게는 슈트의 기술 비중이 높고, 아이언맨의 존재감이 커서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라기보다 아이언맨 3.5 같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빌런의 스케일이나 액션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전통적인 히어로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다소 소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소소함이 홈커밍의 정체성이다. MCU가 점점 더 크고 복잡한 우주로 나아가던 시점에서,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규모를 줄이고 “한 동네에서 시작하는 성장담”에 집중한다. 그 덕분에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의 원래 별명인 “친절한 이웃”을 가장 잘 구현한 영화로 남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고등학생히어로, 성장서사, 해석이라는 키워드로 보면, 작은 스케일 속에서 스파이더맨의 본질을 다시 세운 MCU 식 오리진 영화다. 퀸즈 골목과 학교 복도, 학원무도회 사이를 오가며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던 피터는, 슈트를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기준으로 책임을 선택하는 히어로가 된다. 벌처와의 대결, 토니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친절한 이웃”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는 이 영화는, 화려한 우주 전쟁 사이에서 오히려 오래 남는 성장담으로 기억된다. 다시 볼 예정이라면 페리 사고, 창고 탈출, 학원무도회에서의 선택, 마지막 어벤져스 제안 거절 장면을 중심으로 “내가 피터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함께 떠올려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