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해리포터 이전 시대의 마법 세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편보다 훨씬 복잡한 인물 관계와 서사를 담고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만, 세계관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관, 서사, 인물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를 깊이 있게 리뷰하며 다시 보기에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확장되는 마법 세계관, 그린델왈드가 바꿔 놓은 질서
두 번째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계관의 확장입니다. 배경은 여전히 1920년대이지만, 미국 뉴욕에서 벗어나 유럽의 중심지인 파리와 영국으로 무대를 넓히며 해리포터 세계관의 뿌리를 조금씩 드러냅니다. 영화 초반, 그린델왈드의 탈출 장면은 기존 마법사 사회의 규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강렬하게 선언합니다. 그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마법사는 인간 위에 존재해야 한다”는 이념을 가진 정치적 지도자로 묘사되며, 마법 세계의 이념 갈등을 본격적인 세계관의 축으로 끌어올립니다. 파리 마법부, 마법 서커스, 유럽 골목과 묘지를 활용한 공간 연출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세계관의 층위를 늘려주는 장치입니다. 프랑스 마법부는 미국 마법의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규칙을 가지고 있고, 각 나라의 마법 사회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세계관 설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마법 서커스 장면에서 등장하는 나기니, 크리던스의 파편 같은 인물 요소가 뒤섞이며,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이미 알고 있던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떡밥이 뿌려집니다. 또한 호그와트 회상 장면은 팬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알버스 덤블도어가 아직 젊은 교수로 등장하고, 어둠의 방어술 수업 장면과 학생들의 분위기를 통해 해리 포터 시절보다 과거의 호그와트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가 이 세계관에서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를 암시하며 서사의 핵심 갈등을 예고합니다. 마법 생물 또한 세계관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니플러, 보우트럭 같은 익숙한 존재들뿐 아니라 조우우 같은 새로운 동물들은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시리즈 제목의 정체성을 유지시키면서도, 단순한 귀여운 요소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와 인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조우우는 그린델왈드의 진짜 모습과 거짓을 구분하는 장치로 활용되면서, 세계관의 룰을 활용한 서사 전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장소, 정치, 이념, 마법 생물까지 종합적으로 활용해 해리포터 이전 시대의 마법 세계관을 수평·수직으로 동시에 확장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정보량이 많아 다소 벅찰 수 있지만, 세계관 덕후라면 정지화면으로 하나하나 분석하고 싶을 정도로 세밀하게 설계된 설정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서사 구조, 장점과 피로감 사이
이 영화의 서사는 분명 전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뉴트와 티나, 퀴니와 제이콥,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 크리던스와 나기니, 그리고 레타 레스트랭과 스캐맨더 형제까지, 거의 모든 인물이 저마다의 사연과 목표를 안고 움직입니다. 감독은 이 많은 인물과 사건을 한 편 안에 모두 배치하려다 보니, 관객은 초반부터 상당한 정보량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한 번 볼 때는 “이게 왜 이렇게 복잡하지?”라는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다시 보면 인물별 동선과 복선이 치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타입의 서사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결국 크리던스의 정체를 둘러싼 추적과 그린델왈드의 세력 확장입니다. 뉴트는 표면적으로는 크리던스를 찾아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덤블도어를 대신해 움직이며 그린델왈드와의 본격적인 전면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와중에 레타의 과거와 가족사가 끼어들고, 퀴니와 제이콥의 갈등은 마법사와 머글 사이의 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서브플롯으로 작용합니다. 각 서사는 따로 봐도 의미가 있지만, 하나로 엮어졌을 때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는 회색지대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드러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 평이 갈리는 이유는, 이 많은 서사가 한 편 안에서 완결을 이루지 않고 대부분 “다음 편을 위한 준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반부 묘지 장면에서 그린델왈드가 보여주는 비전, 그리고 크리던스의 정체를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라고 밝혀버리는 신의 경우,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 앞쪽에서 쌓아왔던 많은 떡밥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어떤 관객은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라며 흥미를 느끼고, 다른 관객은 “두 시간 넘게 봤는데 아직도 프롤로그 같아”라고 느끼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서사가 가진 장점은, 각 인물의 선택이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퀴니가 그린델왈드에게 기울어지는 과정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현실의 차별 구조가 만든 결과이며, 레타가 보여주는 자기희생은 평생 죄책감에 눌려 있던 인물이 마지막에 내리는 결단입니다. 뉴트 또한 영웅답게 화려한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끝까지 자기 방식대로 소수자를 돕고 진실을 지키려는 평범한 착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이야기 전체가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보다 “각자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서사를 인물 심리의 흐름으로 따라가면 훨씬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서사는, 단일 영화로서의 완결감보다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장기 서막에 가깝습니다.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 전편과 연달아 보며 맥락을 맞춰갈 때 서사의 재미가 훨씬 살아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물 중심으로 보는 매력과 아쉬움,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그림자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인물에서 시작됩니다. 먼저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는 전통적인 영웅상과 거리가 먼 캐릭터입니다.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아니라,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사람보다는 동물과 있을 때 편안해하는 내성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약자를 보호하고, 권력의 명령보다 자신의 신념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대표합니다. 이런 뉴트의 태도는 그린델왈드처럼 화려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선동하는 인물과 대비되면서, “조용히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를 드러내는 장치가 됩니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이 작품에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만,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이 숨겨진 상태로 그려집니다. 젊은 덤블도어는 이미 매우 유능한 마법사이지만, 그린델왈드와의 과거 인연 때문에 직접 싸울 수 없는 묶인 상태에 있습니다. 그가 뉴트를 선택해 움직이는 이유, 그리고 거울과 피의 맹세 장면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훗날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노년의 덤블도어를 다시 보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왜 이 둘이 직접 맞붙지 않는가”라는 답답함이 들 수도 있지만, 바로 그 공백이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요소로 기능합니다. 그린델왈드는 악역이면서도, 순수하게 악한 인물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는 공포 대신 ‘진실’과 ‘미래’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마법사가 숨지 않고 자신의 힘을 드러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전쟁의 잿더미를 예언처럼 보여주는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완전히 틀렸다고만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편한 설득력을 갖게 합니다. 퀴니처럼 현실에서 상처받은 인물이 그의 편으로 이동하는 것도, 단순 세뇌가 아니라 “그의 세계에서는 내가 사랑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공감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런 악역의 설계는 인물 서사를 훨씬 입체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도덕적 불편함과 복잡한 감정을 남깁니다. 서브 캐릭터들도 인물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레타 레스트랭의 과거 회상은 그가 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지, 왜 스스로를 파괴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지 설명해 주며, 레스트랭 가문과 순혈주의, 마법사 가문 정치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크리던스는 여전히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아 헤매는 인물로,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다는 절실함 때문에 가장 위험한 세력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퀴니와 제이콥의 로맨스는 이야기 전체에서 휴식 같은 역할을 하다가도, 결국 사랑이 이 시대의 차별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점에서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서브플롯입니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인물을 중심으로 감정선을 따라가면 훨씬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한 편에 너무 많은 인물과 사연을 쏟아 넣다 보니, 각자의 이야기가 충분히 호흡을 갖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 뉴트와 크리던스, 퀴니와 제이콥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결은 시리즈 전체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남습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세계관과 인물, 서사를 한 번에 확장하려다 보니 난도가 높아진 영화지만, 바로 그 밀도 덕분에 다시 볼수록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는 작품입니다. 처음 감상 때는 복잡하게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세계관, 서사, 인물 세 가지 키워드를 머릿속에 두고 한 번 더 감상해 보세요. 전편과 연달아 보거나, 해리포터 시리즈와 타임라인을 연결해 보며 보면 영화 속 숨은 의도와 감정선이 훨씬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판타지 영화 그 이상, 세계관 분석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은 정주행하며 찬찬히 되짚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