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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분석(엔딩, 상실감, 구조)

by yooniyoonstory 2025. 12. 25.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분석 관련 이미지

 

이 글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엔딩, 상실감, 구조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영화 리뷰다. 인피니티 워는 “히어로가 이기는 이야기”라는 장르의 당연한 기대를 정면으로 뒤집고, 빌런 타노스의 목표가 실제로 달성되는 결말을 통해 MCU 역사상 가장 강렬한 충격을 남긴 작품이다. 특히 스냅 이후 먼지처럼 사라지는 인물들, 남겨진 자들의 얼어붙은 표정, 그리고 조용히 끝나는 엔딩은 전쟁 영화 이상의 상실감을 만들어낸다. 이 리뷰에서는 왜 인피니티 워의 구조가 스냅을 향해 수렴하도록 설계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말이 관객에게 어떤 감정적 체험을 남기는지 중심으로 정리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엔딩스냅

인피니티 워의 엔딩스냅이 충격적인 이유는, 단지 인기 캐릭터들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영화가 결말을 “패배”가 아니라 “완성”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히어로 블록버스터는 마지막에 위협을 막고, 도시가 살아남고, 영웅이 다음 이야기를 약속하며 끝난다. 반면 인피니티 워는 이야기의 목표가 영웅이 아니라 타노스에게 설정되어 있다. 영화 전체가 “타노스가 스톤을 모으는 과정”을 중심축으로 굴러가고, 각 팀업 전투는 그를 막기 위한 시도라기보다 ‘스톤 획득의 장애물’처럼 배치된다. 그래서 엔딩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관객은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아, 이 영화는 처음부터 이 장면을 위해 달려왔구나.” 스냅 장면의 연출도 탁월하다. 이 영화는 손가락 튕김을 요란한 폭발이나 음악적 클라이맥스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노스가 조용히, 거의 무심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고, 그 직후 화면은 잠시 멈칫한다. 우리는 즉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때부터 서서히, 믿기지 않는 속도로 ‘먼지화’가 시작된다. 관객의 뇌가 상황을 이해하기 전에, 영화는 감정적으로 먼저 찌른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사라지고, 주변 인물들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멍하니 서 있거나 무릎을 꿇는다. 특히 스냅의 공포는 “죽음”처럼 보이면서도 “죽음 같지 않은” 방식에서 온다. 피도 없고, 비명도 크지 않다. 대신 바람에 날리는 재처럼 사라진다. 이건 처참한 폭력의 이미지가 아니라, 존재가 기록에서 지워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더 깊은 상실을 느낀다. ‘전투에서 전사했다’가 아니라 ‘있었던 사람이 사라졌다’는 감각이 남는다. MCU가 수년간 쌓아 온 관계와 캐릭터가 한 번에 공중 분해되는 듯한 체험을 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 스냅이 전투의 결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와칸다 전장에서 히어로들이 아무리 용맹하게 싸워도, 티탄에서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세워도, 결국 스냅은 타노스가 이미 ‘충분히’ 도달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즉, 스냅은 싸움의 승패가 아니라, 타노스가 목표를 달성한 “의식”의 결과다. 그래서 영화는 영웅들의 노력과 용기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그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패배를 강조한다. 그게 인피니티 워가 남긴 가장 쓰디쓴 감정이다. 마지막 장면이 타노스의 ‘승리의 휴식’으로 끝난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치명적이다. 그는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농장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짓는다. 관객은 그 미소가 “악의 쾌감”이라기보다 “목표 달성 후의 평온”에 가깝다는 사실 때문에 더 불쾌해진다. 이건 악당이 미쳐 날뛰다 패배하는 영화가 아니라, 신념을 가진 침략자가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야기다. 그래서 엔딩스냅은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영화 전체 구조가 끝까지 밀어붙인 결론으로 남는다.

상실감의 설계

인피니티 워가 남기는 상실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라지는 사람들보다 남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스냅 이후 영화는 곧바로 엔딩으로 달리지 않는다. 짧지만 결정적인 순간들을 남겨 두어 관객이 상실을 곱씹게 만든다. 와칸다의 전장에 남은 캡틴, 블랙 위도우, 워머신, 브루스 배너, 오코예의 표정은 “우리가 뭘 본 거지?”라는 질문 그 자체다. 그들은 피곤하고, 먼지투성이이며, 싸움이 끝났다는 감각도 없다. 그냥 갑자기 세계가 붕괴한 것이다. 가장 강렬한 감정 타격 중 하나는 피터 파커의 소멸 장면이다. 많은 캐릭터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가운데, 피터는 본능적으로 ‘이게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하고 공포를 토해낸다. “저 가기 싫어요”라는 말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청소년 히어로의 순수한 생존 본능이자, 토니에게 향하는 의존의 고백이다. 그리고 토니는 그를 붙잡을 수 없다. 토니가 전장을 수없이 버텨 온 강철 인간이라면, 이 장면의 토니는 완전히 무력한 보호자다. 피터가 사라진 뒤 멍하니 앉아 있는 토니의 얼굴은, 관객에게 “이건 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상실의 영화다”라고 못 박는다. 가모라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상실감은 성격이 다르다. 가모라는 스냅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타노스의 ‘희생’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그녀의 부재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이 만들어낸 공백이다. 스냅은 우주적 확률과 절대 권력의 폭력이라면, 가모라의 죽음은 ‘사랑’이라는 언어를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이용한 사건이다. 타노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불편한 이유도 여기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그는 딸을 사랑했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랑은 지배와 소유의 사랑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모라의 빈자리는 이후 가디언즈의 팀 분위기까지 무너뜨리며, 상실이 단지 개인의 슬픔을 넘어 관계 전체를 흔드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상실감의 설계는 ‘시간감각’에서도 나타난다. 스냅 이후에는 음악이 과장되지 않고, 장면이 길게 이어지며, 관객이 침묵을 견디게 한다. 보통 블록버스터는 엔딩 직전에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엄한 음악을 깔지만, 인피니티 워는 반대로 소리를 줄여 “현실감”을 만든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관에서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진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 옆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까지도 더 크게 들리는 기묘한 정적이 생긴다. 이 정적이 상실감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실감의 핵심은 “이 패배가 임시적일 것”을 관객이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진 붕괴가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데 있다. 우리는 메타적으로 속편이 있을 것을 알고, 사라진 인물들이 돌아올 가능성을 계산한다. 그런데도 인피니티 워는 그 계산을 잠시 멈추게 만들 만큼 장면의 감정적 설득력을 강하게 쥔다. 그 설계 덕분에 스냅은 단순한 스포일러 포인트가 아니라, 관객이 실제로 ‘잃었다’고 느끼는 감정 사건으로 자리 잡는다.

구조해석

인피니티 워의 서사를 구조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두 개의 전장”이 병렬로 달리다가 하나의 결말로 수렴하는 형태를 갖는다. 하나는 티탄과 우주선, 뉴욕을 거치는 ‘우주·코스믹 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와칸다로 모이는 ‘지상·집단 전쟁 라인’이다. 대부분의 팀업 영화는 모든 인물이 한자리에 모여 클라이맥스를 치르는 방식인데, 인피니티 워는 오히려 팀을 쪼개 전투의 성격을 다르게 만든다. 이 구조 덕분에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숨 쉴 틈 없이 달리면서도, 장면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재미를 제공한다. 티탄 라인은 ‘전략전’에 가깝다. 스트레인지, 토니, 피터, 가디언즈가 힘을 합쳐 타노스에게서 건틀릿을 빼앗으려는 장면은 팀플레이의 설계도가 촘촘하다. 각 캐릭터의 능력이 순서대로 배치되고, 협동이 끊기지 않도록 컷이 이어진다. 관객은 “이번엔 진짜 성공할지도”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 바로 그 기대가 실패의 충격을 증폭시킨다. 반면 와칸다 라인은 ‘전면전’이다. 대규모 병력이 몰려오고, 방어선이 무너지고, 히어로들이 전선을 메운다. 여기서는 전술보다 ‘버티는 힘’이 강조되고, 캡틴과 블랙 팬서의 돌격, 토르의 등장 같은 순간들이 군중의 환호 포인트로 작동한다. 흥미로운 건, 이 두 전장이 결국 같은 결론을 향해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티탄에서의 패배는 “결정적 한 번”의 실패(퀼의 폭발, 타노스의 탈출)로 보이고, 와칸다에서의 패배는 “끝까지 막아도 결국 뚫리는” 소모전으로 보인다. 형태는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다. 어떤 방식으로 싸워도, 타노스가 가진 목표와 추진력은 끝내 도달한다. 즉, 인피니티 워의 구조는 ‘다양한 영웅의 다양하게 멋진 싸움’을 보여주면서도, 그 싸움들이 모두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으로 수렴하게 만든다. 이 수렴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타노스의 주인공화다. 인피니티 워는 사실상 타노스의 영웅 서사를 뒤틀어 놓은 영화다. 그는 목표가 명확하고, 장애물을 돌파하며, 희생을 치르고, 마침내 결실을 얻는다. 전형적인 주인공의 여정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데, 그 목표가 “우주의 절반을 죽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는 이상한 감정 상태를 유도한다. 우리는 히어로들을 응원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진행은 타노스가 한 단계씩 성공하는 방식으로 짜여 있어, 관객은 스토리텔링의 관성에 끌려 타노스의 ‘달성’에도 반응하게 된다. 그게 인피니티 워가 가진 서사적 잔혹함이다. 마지막으로, 인피니티 워는 엔딩스냅을 통해 “다음 편을 위한 미끼”가 아니라 “이 편 자체의 완결”을 만들어낸다. 보통 1부, 2부 구조의 영화는 1부가 미완으로 끝나 관객을 허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의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을 결말로 삼아, 역설적으로 강한 완결성을 얻는다. 영웅들의 이야기는 미완이지만, 영화가 설정한 주인공(타노스)의 이야기 구조는 완성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객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이 결말은 서사적으로 너무 정교하다”는 이상한 감탄을 하게 된다. 인피니티 워가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이 구조적 잔혹함과 완성도의 공존에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엔딩, 상실감, 구조이라는 키워드로 보면 “빌런의 완성으로 끝나는 히어로 영화”다. 조용한 손가락 튕김과 먼지화 연출은 존재가 지워지는 공포를 만들고, 사라진 사람보다 남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력감이 상실을 더 깊게 만든다. 또한 티탄과 와칸다라는 두 전장을 병렬로 달리게 하면서도, 모든 흐름이 스냅으로 수렴하도록 설계해 충격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체감하게 한다. 다시 볼 계획이라면 스냅 직전의 각 팀플레이, 피터 파커 소멸 장면의 감정선, 와칸다 전장의 침묵, 그리고 마지막 농장 장면의 표정을 중심으로 “이 영화가 어떻게 패배를 완성으로 바꿨는지”를 확인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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