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퍼스트 클래스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이어지는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최초의 뮤턴트 아포칼립스의 부활과 젊은 엑스맨들의 본격적인 성장을 다루며, 시리즈의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하는 영화입니다. 기대와 실망이 공존했던 이 작품을 통해 엑스맨 시리즈가 마주한 한계와 새로운 방향성을 살펴봅니다.
최초 뮤턴트 아포칼립스의 등장과 빌런으로서의 한계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신으로 추앙받았던 최초의 뮤턴트 아포칼립스는 치유 능력이 있는 새로운 몸으로 정신을 이전시키는 의식을 통해 불멸의 존재가 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의식이 완성되기 직전 반기를 든 자들에 의해 피라미드에 갇혀버리고, 마지막 기사의 보호막 덕분에 겨우 목숨만 유지한 채 수천 년을 잠들게 됩니다. 1983년, 갑작스러운 파동으로 깨어난 아포칼립스는 현대 세계를 목격하고 다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아포칼립스는 스톰, 사이록, 엔젤, 그리고 마그니토를 자신의 네 기사로 삼아 능력을 강화시키며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파괴하는 등 압도적인 힘을 과시합니다. 특히 세레브로를 장악해 찰스 프로페서를 통제하려는 장면은 그의 위협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팬들이 느낀 가장 큰 실망은 이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아포칼립스가 빌런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코믹스에서 아포칼립스는 단순한 물리적 강함을 넘어 복잡한 철학과 사회 다윈주의적 신념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를 '세상을 파괴하고 재건하려는' 전형적인 악당으로 단순화시켜 버렸습니다.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분장과 CG는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오히려 감소시켰고, 대사 역시 깊이가 부족해 관객과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포칼립스는 시리즈 최고의 빌런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지 않는 평범한 악당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시리즈 전환점으로서의 의미와 과도기적 한계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젊은 엑스맨들이 본격적으로 팀을 이루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스콧 서머스(사이클롭스)는 자신의 능력을 통제하지 못해 고통받다가 찰스의 도움으로 학교에 오게 되고, 진 그레이는 자신 안에 잠든 피닉스의 힘을 두려워하며 억제하려 합니다. 나이트크롤러는 독일의 불법 격투장에서 구출되어 엑스맨의 일원이 되고, 퀵실버 피터는 자신이 마그니토의 아들임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한 채 갈등합니다.
이 영화가 시리즈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기존 3부작의 주인공들(울버린, 진 그레이, 사이클롭스 등)을 젊은 버전으로 재구성하며 세대교체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퀵실버의 학교 구출 장면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명장면을 계승하며 영화 최고의 순간으로 꼽힙니다. 알렉스 서머스의 희생, 미스틱의 리더십, 그리고 진 그레이의 각성은 새로운 엑스맨 시대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영화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냅니다. 너무 많은 캐릭터를 동시에 다루려다 보니 개개인의 서사가 피상적으로 흘러갔고, 감정적 깊이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스톰, 사이록, 엔젤 같은 캐릭터들은 아포칼립스의 기사로 전락하며 제대로 된 동기나 배경 설명도 없이 소비되었습니다. 폴란드에서 가족과 평범하게 살던 에릭 렌셔(마그니토)가 다시 악역으로 돌아가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비극은 충분히 강력한 동기였지만, 그가 아포칼립스를 따르는 과정이 너무 성급하게 전개되어 캐릭터의 내면적 갈등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성장과 피닉스 각성의 의미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진 그레이의 피닉스 각성입니다. 자신의 힘을 억제하며 두려움에 떨던 진은 찰스와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자 마침내 모든 능력을 개방하고 아포칼립스를 압도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액션 장면을 넘어 진이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상징적 순간입니다. 스톰이 아포칼립스의 모순을 깨닫고 편을 바꾸는 장면, 에릭이 다시 찰스 편에 서는 장면 역시 캐릭터들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팬들이 아쉬워하는 지점은 이러한 성장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의 피닉스 각성은 다크 피닉스 사가로 이어지는 중요한 복선이었지만, 영화 내에서는 갑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힘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 힘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콧과 진의 관계 역시 피상적으로 다뤄져 두 사람의 로맨스가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나이트크롤러, 퀵실버 같은 캐릭터들도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하지만 깊이 있는 캐릭터 아크를 갖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대규모 팀 서사를 다루려다 개별 캐릭터의 깊이를 희생한 케이스가 되었습니다. 이는 이후 엑스맨 시리즈가 로건, 데드풀 같은 개인 중심의 이야기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지만, 시리즈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만든 과도기적 작품으로서 의미를 지닙니다. 대규모 서사보다 캐릭터 중심 이야기가 엑스맨 세계관에 더 적합하다는 교훈을 남긴 이 영화는, 실망과 아쉬움 속에서도 시리즈의 진화를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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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엑스맨: 아포칼립스 / https://www.youtube.com/watch?v=qC8Ehdi2Cq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