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엑스맨 시리즈 최초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 작품으로, 시리즈 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던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기원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이 작품은 엑스맨 세계관을 과거로 확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설정의 과잉과 정합성 붕괴로 인해 시리즈 내에서도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영화로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엑스맨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방향 수정이 필요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본 리뷰에서는 세계관이라는 관점에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과거 설정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가장 인상적으로 시도한 요소는 울버린의 기원을 통해 엑스맨 세계관의 시간적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는 점이다. 영화는 19세기 캐나다에서 시작해 여러 전쟁을 거치는 장대한 오프닝을 통해 울버린과 세이버투스 형제가 불멸에 가까운 존재임을 강조한다. 이 장면은 돌연변이가 단순히 현대 사회에서 갑자기 등장한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음을 시각적으로 설득한다.
이러한 설정은 엑스맨 세계관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였다. 돌연변이가 인류의 전쟁과 폭력, 갈등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는 관점은 이후 시리즈가 다루어온 차별과 공존이라는 주제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울버린이 수많은 전쟁을 거치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그가 왜 인간 사회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고독과 냉소를 품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그러나 영화는 이 시간 확장을 서사적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과거의 경험들이 울버린의 현재 선택과 내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묘사는 매우 제한적이며, 장대한 시간의 흐름은 빠르게 요약된다. 결국 과거 설정은 세계관의 외형을 넓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를 깊게 만드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시간 확장이라는 장점은 곧 서사적 공백이라는 약점으로 이어진다.
확장된 세계관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울버린 개인의 기원을 넘어, 돌연변이를 통제하고 무기화하려는 조직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스트라이커가 이끄는 웨폰 X 프로젝트는 돌연변이가 사회적 소수자를 넘어 국가 권력의 자산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며, 엑스맨 세계관의 정치적군사적 측면을 크게 확장한다. 특히 아다만티움 실험 장면은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상징성을 결정짓는 핵심 장면으로, 세계관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설정은 엑스맨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테마와도 맞닿아 있다. 돌연변이를 보호해야 할 존재로 볼 것인가, 통제해야 할 위협으로 볼 것인가는 이후 작품들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갈등 구조다. 웨폰 X 프로젝트는 이러한 질문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구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 확장된 세계관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다. 웨폰 X 팀에 속한 다양한 돌연변이들은 빠르게 등장했다가 빠르게 사라지며, 각자의 능력과 존재 의미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세계관은 분명 넓어졌지만, 그만큼 산만해졌고 관객이 이해하고 몰입할 시간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확장은 이루어졌으나, 그 확장이 세계관의 밀도를 높이기보다는 설정의 과잉으로 인식되게 만든다.
설정 충돌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가장 치명적인 비판을 받은 지점은 기존 엑스맨 시리즈와의 설정 충돌이다. 프리퀄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버린의 기억 상실 시점, 스트라이커와의 관계, 세이버투스의 성격과 위치 등 여러 핵심 설정이 앞선 영화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세계관 확장이 아니라, 기존 세계관의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특히 세이버투스는 울버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로 활용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단순한 폭력적 라이벌로 소비된다. 형제 관계라는 중요한 설정은 충분히 탐구되지 않고, 감정적 서사는 표면적으로만 처리된다. 이로 인해 캐릭터 간의 갈등은 깊이를 잃고, 세계관 역시 단절된 느낌을 준다.
데드풀의 등장은 이러한 설정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원작의 핵심 정체성을 제거한 채 등장한 이 캐릭터는 세계관 실험이 얼마나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선택은 단순한 캐릭터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엑스맨 세계관 전체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의지는 분명했지만, 그 확장이 충분한 설계와 조율 없이 진행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울버린이라는 강력한 캐릭터와 매력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정합성과 서사적 깊이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분명한 한계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의 방향성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후 작품들이 세계관 확장보다 캐릭터 중심 서사와 감정의 축적을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남긴 시행착오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실패한 확장이자, 동시에 엑스맨 세계관이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릭터와 주제의 일관성을 더 중시하게 되었고, 그 결과 더 울버린과 로건 같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실패한 확장이자, 동시에 엑스맨 세계관이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시행착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