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개봉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흥행과 평가를 동시에 달성한 작품입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복귀작으로 꼬여있던 전작들의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 서사를 통해 엑스맨 유니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0%, 관객 점수 91%라는 압도적 지표가 이 영화의 완성도를 증명합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화려한 복귀와 연출력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2000년 엑스맨 1편과 2003년 엑스맨 2편을 연출하며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반을 다진 인물입니다. 당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맡았던 매튜 본 감독이 킹스맨 제작을 위해 하차하자, 싱어 감독이 11년 만에 엑스맨 시리즈로 복귀했습니다. 평론가 이동진은 "약은 약사에게, 엑스맨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에게"라는 한줄평으로 이 선택의 적절함을 극찬했습니다.
싱어 감독의 진가는 복잡하게 얽힌 여섯 편의 전작 설정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도 관객의 혼란을 최소화한 점에 있습니다. 그는 단순하고 명쾌한 극본 구성으로 선택과 집중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 역사의 분기점을 바꾼다는 핵심 플롯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센티넬이라는 압도적 위협 앞에서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손을 잡는 설정은 개연성 있게 전개되며, 두 진영의 이념적 대립을 넘어선 협력이라는 드라마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십여 명이 넘는 주조연 캐스팅의 비중 조절은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을 보여줍니다. 퀵실버가 펜타곤 지하에 갇힌 매그니토를 구출하는 시퀀스에서, 식당에서 대치한 경비원들을 상대로 빛과 같은 빠른 속도감을 슬로우 모션으로 구현한 장면은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입니다. 날아가는 총알의 궤적을 바꾸고, 경비원의 손동작을 고쳐주며, 요리를 맛보는 등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펼쳐지는 유머러스한 연출은 캐릭터의 화려한 신고식이자 싱어 감독의 창의적 감각을 증명합니다. 어느 하나 소모용 캐릭터로 보이지 않도록 한 균형 잡힌 서사 배분은 오락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극대화했습니다.
시간여행 서사를 통한 완벽한 타임라인 재편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핵심은 시간여행을 통한 역사 개입입니다. 미래에서 센티넬의 공격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엑스맨들은 키티 프라이드의 능력을 이용해 울버린의 의식을 50년 전 과거로 보냅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트라스크 박사를 암살한 미스틱을 막고, 그녀가 붙잡혀 센티넬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미션 구조는 복잡한 타임라인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장치가 됩니다.
과거 시점의 찰스 프로페서 X는 사랑하는 레이븐(미스틱)을 잃고 제자들이 전쟁으로 떠난 상실감에 빠져 있습니다. 걸을 수 있지만 능력을 쓸 수 없는 약물에 의존하며 스스로를 가둔 채 살아갑니다. 울버린은 그를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결국 미래의 자신과 소통하게 만듭니다. 퓨처 패스트, 즉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순간 찰스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세리브로를 이용해 미스틱을 찾아냅니다.
한편 매그니토는 펜타곤 지하에 갇혀 있지만 퀵실버의 도움으로 탈출합니다. 하지만 그는 역사를 바꾸는 것을 넘어 인간들에게 변이인의 힘을 과시하려 합니다. 파리 회담장에서 트라스크를 암살하려던 미스틱을 막았지만, 이후 워싱턴에서는 오히려 야구장 건물을 통째로 들어 올려 대통령과 관중들을 위협합니다. 텔레파시를 막는 헬멧을 되찾은 매그니토는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되었고, 센티넬까지 조종하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결국 미스틱이 매그니토를 기절시키고 트라스크를 죽이지 않는 선택을 하면서 역사는 바뀝니다. 센티넬 개발은 중단되고, 미래의 엑스맨들이 직면했던 절멸의 운명은 사라집니다. 결말부에서 진 그레이와 사이클롭스가 등장하는 장면은 팬들에게 주는 깜짝 선물이자, 새로운 타임라인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연출입니다. 센티넬에 관한 모든 사건은 오직 로건만이 기억하는,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라진 과거가 되었습니다.
센티넬이라는 절대적 위협과 긴장감 유지
센티넬은 트라스크 박사가 개발한 변이인 안드로이드로, 미스틱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다양한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 어떤 빌런보다 강력한 존재가 되었고, 찰스나 매그니토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힘을 자랑합니다. 영화 초반 미래 시점에서 센티넬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엑스맨들은 하나둘 제압당합니다. 스톰이 가장 먼저 기습당하고, 비숍이 쓰러지며, 나머지 엑스맨들은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저항할 뿐입니다.
센티넬의 가장 무서운 점은 상대의 능력에 맞춰 형태와 능력을 변경한다는 것입니다. 불 공격에는 내열 형태로, 물리 공격에는 강철 형태로 변신하며, 심지어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발톱조차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양산형이라 숫자도 많아 일대일로도 버거운데 다수가 동시에 공격해 오니 말 그대로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절망감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과거를 바꿔야만 하는 절박함을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센티넬의 탄생 과정 또한 섬뜩합니다. 레이븐이 파리에서 트라스크를 암살하려다 총을 맞고, 그녀의 혈액 샘플이 적들에게 넘어갑니다. 트라스크는 이를 이용해 센티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변이인 들을 실험 대상으로 희생시킵니다. 레이븐이 동료들의 잔인한 실험 장면을 목격하며 느끼는 분노와 복수심은 정당해 보이지만, 바로 그 감정이 센티넬 탄생의 계기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서사의 핵심입니다.
매그니토가 센티넬을 조종해 공중에 띄우고 위협사격을 가하는 장면은 시각적 스펙터클의 정점입니다.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총을 쏘고, 야구장 건물을 통째로 끌고 오는 장면은 그의 능력을 압도적으로 보여주지만, 동시에 인간들의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이는 오히려 변이인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센티넬 개발에 명분을 제공합니다. 결국 미스틱이 매그니토를 막고 트라스크를 살려주는 선택을 하면서, 센티넬의 미래는 사라지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장치, 센티넬이라는 절대적 위협이 조화를 이룬 명작입니다. 다만 남북베트남 평화협정을 왜곡하고 북베트남과 소련을 악으로 묘사한 점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며, 미국 중심의 시각을 은유적으로 투영한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7억 5천만 달러 흥행과 압도적 평가는 이 영화가 엑스맨 시리즈 최고작임을 증명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6IosIGqLE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