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개봉한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최신작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집니다. 금지된 구역으로 향하는 탐험대의 이야기를 통해 생존과 윤리의 경계를 탐색하지만, 과연 이 작품이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합니다. 기술적 완성도와 서사적 깊이 사이의 간극, 그리고 시리즈가 마주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금지된 구역으로의 여정, 줄거리 분석과 캐릭터 구조
영화는 조라, 헨리 박사, 던컨이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금지된 구역으로 향하는 이들의 동기는 각기 다릅니다. 조라는 처음 제안을 거절했지만 거대한 액수에 마음을 바꾸고, 헨리 박사는 돈보다는 공룡이라는 생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적도로 향합니다. 용병 던컨은 공룡이 득실거리는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팀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들을 끌어들인 제약회사 직원 마틴 크랩스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돌연변이 공룡들의 DNA 채취입니다.
여정 중 수장룡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한 델가도 가족과 제이비어를 구조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얼떨결에 돌연변이가 가득한 섬으로 함께 가게 된 이들은 섬 도착 직전 스피노사우루스와 모사사우루스의 공격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델가도 가족은 순수한 생존을 위해, 샘플 채취팀은 생존과 더불어 임무 수행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이 지닌 잠재력은 영화 안에서 충분히 발현되지 못합니다.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만 소비되며, 각자가 지닌 내적 갈등이나 관계의 변화는 표면적으로만 다뤄집니다. 조라의 선택이 돈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그 선택이 가져오는 심리적 무게나 변화는 깊이 있게 탐구되지 않습니다. 헨리 박사의 호기심 역시 과학자로서의 윤리적 딜레마로 확장될 수 있었으나, 영화는 이를 단순한 동기 부여 수준에 머물게 합니다. 인물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보다는 무엇을 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여지가 제한됩니다. 인간을 살리기 위한 약을 구하려는 목적과 인간의 오락과 욕망을 위해 돌연변이로 태어난 공룡들의 존재가 교차하는 설정은 분명 윤리적 질문을 던지지만, 이 질문에 대한 영화의 답변은 모호하고 피상적입니다.
시각적 완성도, CG 기술력과 액션 장면의 한계
케찰코아틀루스, 티라노사우루스, 모사사우루스 등 다양한 공룡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CG 기술입니다. 공룡의 움직임과 질감, 화면 구성은 여전히 안정적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유지합니다. 비늘의 디테일, 근육의 움직임, 물속에서의 유영 장면 등은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이 정도의 시각적 성취가 더 이상 놀라움이 아니라 기본값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중반부와 후반부에 집중된 공룡들과의 추격 장면은 분명 시각적 흥미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박진감 면에서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초반부가 서사와 설정 설명에 치중하면서 다소 지루하게 흐르는 것과 달리, 액션이 본격화되는 중후반부에서도 긴장감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합니다. 액션 시퀀스가 애매모호한 느낌을 남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볼거리는 있지만 따라갈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룡 개체들의 개성이 깊이 있게 확장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각 공룡이 지닌 생태적 특성이나 행동 패턴이 단순히 위협 요소로만 기능할 뿐, 생명체로써의 매력이나 상징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는 시리즈 초기작들이 공룡을 단순한 괴물이 아닌 경외의 대상으로 그려냈던 것과 대조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그것을 영화적 재미와 감동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CG를 제외하면 관객에게 설득력 있는 이유를 거의 제시하지 못하는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복되는 서사, 시리즈 한계와 정체성의 상실
이 영화가 특히 실망스러운 이유는 전작이 이미 시리즈 차원에서 한 번 큰 정리를 해냈기 때문입니다. 전작에서는 공룡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세계관을 하나로 묶으며 대통합이라는 선택을 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시리즈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종착점처럼 보였고, 더 나아갈 수도 여기서 멈출 수도 있는 지점에 도착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작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 채 등장합니다. 이미 확장된 세계관 위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습니다. 제목부터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출발이 아니라, 이미 끝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다시 끌어온 결과물입니다. 시리즈의 이름값과 기술력에 기대어 관성적으로 이어진 한 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습니다.
세계는 커졌지만 서사는 오히려 더 단순해졌고, 갈등 구조는 이전 작품들의 반복에 머뭅니다. 인물들의 선택은 예측 가능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긴장감은 쉽게 형성되지 않습니다. 전작에서 상징성을 지녔던 인물들은 이번 편에서 의미를 잃고, 사건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로만 움직입니다. 감정선은 얕고, 관계의 변화는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라는 근본적 질문도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결국 이 영화는 스스로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계속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세계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선언일 뿐이고, 실제 내용은 시리즈의 피로감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전작에서 이미 한 번 도달했던 지점을 넘어서지 못했고, 오히려 그 마무리가 얼마나 적절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의미 있는 주제를 품고 있지만, 그것을 영화적 재미로 완전히 전환시키지 못한 작품입니다. 뛰어난 CG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깊이와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으며, 시리즈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기보다, 이 시리즈를 적절한 지점에서 정리하는 편이 더 나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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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blog.naver.com/dlrtjddks/22413653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