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4를 대표하는 문제작이자,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낸 작품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전작 라그나로크에서 확립된 과장된 유머와 독특한 색채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그 이면에 훨씬 더 무거운 주제를 숨겨 놓는다. 표면적으로는 밝고 가벼운 히어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실 이후의 삶, 사랑의 유한성, 그리고 신조차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이야기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웃음과 비극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위험한 균형 위에 서 있다. 영화는 관객이 감정적으로 깊이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끊임없이 농담과 과장된 연출을 반복한다. 그러나 그 유머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상실을 외면하기 위한 방어막처럼 느껴진다. 토르는 웃고 있지만, 그 웃음은 공허에 가깝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공허를 끝까지 따라가는 영화다.
토르는 이미 수많은 것을 잃었다. 부모와 형제, 고향과 왕좌,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러브 앤 썬더는 이런 토르를 ‘다시 강해지는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상실 이후에도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묘사하며, 힘보다 감정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리뷰에서는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보여주는 감정서사의 구조, 상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모든 요소가 영화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살펴본다.
'토르: 러브 앤 썬더' 감정서사
토르 러브 앤 썬더의 감정서사는 명확하게 ‘회피’에서 출발한다. 토르는 언제나 농담으로 상황을 넘기고, 과장된 행동으로 감정을 숨긴다. 그는 전투에서도, 위기의 순간에서도 심각해지는 것을 거부한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성격이 아니라, 상실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의도적인 태도로 읽힌다.
영화는 이러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에게 불편함을 남긴다. 웃기지만 웃기지 않은 장면들이 이어지고, 감정이 깊어질 것 같은 순간마다 유머가 끼어든다. 이는 연출상의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토르의 내면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구조이기도 하다. 그는 아직 슬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슬픔을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있다.
러브 앤 썬더는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을 장엄하게 그리지 않는다. 대신 상실을 애써 무시하고, 웃음으로 덮고, 농담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불완전하고 어색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토르는 신이지만, 감정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매우 미숙한 존재로 그려진다.
상실
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은 단연 제인 포스터다. 제인은 마이티 토르로 돌아오지만, 그 힘은 생명을 대가로 요구한다. 이는 히어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성’이나 ‘보상’과는 정반대의 설정이다. 제인의 능력은 그녀를 더 오래 살게 하지 않으며, 오히려 죽음에 더 가까이 데려간다.
제인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싸우기를 선택한다. 이 선택은 영웅적이기 이전에 인간적이다. 그녀는 살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기를 택한다. 이 태도는 상실을 회피해 온 토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토르는 제인을 다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처음부터 끝이 정해져 있다. 러브 앤 썬더는 이 관계를 통해 사랑의 유한성을 강조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흐른다. 제인의 죽음 장면이 조용하고 담담하게 처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상실이 남긴 공백을 그대로 보여준다.
평가
토르 러브 앤 썬더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과도한 유머로 인해 감정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비판과, 그 유머 덕분에 상실의 무게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감정서사를 매우 위험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웃음과 비극의 균형은 완벽하지 않다. 어떤 장면에서는 감정이 쌓이기도 전에 농담으로 끊기고, 그로 인해 몰입이 깨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불균형은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토르의 감정 역시 균형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슬퍼하다가도 웃고, 진지해지려다 다시 도망친다.
결국 러브 앤 썬더는 상실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선택한다. 토르는 모든 것을 되돌리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채 남는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이 선택은 조용하지만, 그 어떤 승리보다 무겁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완성도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상실과 사랑,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다루는 진심만큼은 분명하다. 웃음 뒤에 숨겨진 이 진심이야말로, 이 영화가 수많은 논쟁 속에서도 끝내 기억되는 이유다.